대전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노잼도시’라 불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성심당'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처럼 지역의 특색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로코노미(Local+Economy)'라고 합니다. 강릉의 ‘테라로사’, 성수동의 ‘무신사’ 등도 비슷한 사례인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무신사를 중심으로 로코노미 트렌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성수동이 무신사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과거 공업지대였던 성수동은 서울시 도시재생시범 사업을 통해 트렌디한 플레이스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대림창고의 변신이 기폭제가 되며 빠르게 변화가 이루어졌고, 이에 발맞춰 많은 기업들이 성수로 모여들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신사는 단연 돋보이는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ChatGPT와 퍼플렉시티 같은 AI들에게도 물어봐도 성수동의 대표 기업으로 무신사를 첫 손에 꼽을 만큼, 무신사는 성수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무신사가 성수의 상징적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1) 시너지 효과

로코노미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기업의 콘텐츠와 지역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무신사는 성수동의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창출했습니다. 특히 성수동의 산업유산을 활용한 빈티지한 공간과 MZ 세대를 겨냥한 무신사의 패션 콘텐츠가 만나 독특한 문화적 경험을 만들어 냈고, 이는 브랜드와 지역 모두의 가치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 장기적 비전

'팝업의 성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기 팝업스토어로 성수를 찾는 것과 달리, 무신사는 성수에 본사를 이전하며 뿌리를 내렸습니다. 특히 성수역과 연무장길 주변에 1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3) 지역사회 공헌

무신사는 지역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성동구 거주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기부금과 생필품을 지원했고,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장애인 맞춤형 신발 제작'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또한, 행당시장과의 협업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앞장섰는데요. 이러한 상생 노력이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지지로 이어지며 성수동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무신사는 지역과의 시너지 효과, 장기적 비전, 그리고 지역사회 공헌 실천을 통해 성수동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나 매출 향상을 위한 전략적 선택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며 진정성 있는 로코노미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신사 로코노미 효과

무신사가 성수동에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변화는 한 기업의 성장을 넘어 지역 전체의 경제적, 문화적 효과로 이어졌는데요.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1) 경제적 효과

무신사 본사가 자리 잡은 성수2가 1동의 경우 2024년 10월 기준 의복 소매업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4배 이상 급증했고, 화장품 소매업 매출을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의복 소매업 오프라인 매출이 5.51% 역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이는 무신사의 성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음을 보여줍니다. 

2) 관광 효과

2024년 9월에 오픈한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는 이미 월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방문객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 명소가 되었는데요. 무신사의 이러한 영향력은 성수동이 K-패션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상권으로 도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데이터로도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무신사가 본격적으로 성수에 진출한 2022년 이후 성수2가 1동의 외국인 방문객은 2024년까지 1982%가 증가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시 전체 외국인 방문 증가율(743%)의 2.6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더욱이 2024년 서울시 전체 외국인 방문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 달리, 성수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며 관광객이 꼭 찾는 동네로 자리매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여행문화 잡지 '타임아웃'이 성수동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로 선정한 것은 이러한 글로벌 위상을 잘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3) 일자리 창출 효과

무신사와 성수동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젊은 인재들의 유입은 성수동의 인구 구조와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의 활력과 혁신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무신사만의 성과가 아닙니다. 지자체의 노력과 다양한 기업들의 수준 높은 팝업스토어 문화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신사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로서 든든한 기반을 제공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 앵커 테넌트 : 배의 '닻'을 의미하는 '앵커(Anchor)'와 임차인을 뜻하는 '테넌트(Tenant)'의 합성어로, 고객의 발걸음을 붙잡는 역할을 하는 점포를 의미합니다.

로코노미 전망 : 융합과 균형

무신사와 성수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코노미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융합의 확장 

현재 무신사와 성수동의 로코노미는 패션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영역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때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재방문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 F&B, 테크 등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은 방문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됩니다. 

무신사의 행보는 이러한 융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신사 로드트립'을 통해 10개의 로컬 브랜드와 협업하고, '무신사 개러지'에서는 음악과 패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문화적 융합의 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2) 내외의 균형 

성수동이 글로벌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었듯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으면 예기치 못한 위험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 콘텐츠와 함께 탄탄한 내수 기반을 균형 있게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신사의 오프라인 전략은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대부분의 패션 플랫폼이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무신사 스탠다드는 서울을 비롯해 경기, 부산, 대구 등 전국 각지에 18개의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 중인데요. 특히 방문객의 70%를 차지하는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탄탄한 내수 기반을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브랜드의 성공적인 오프라인 확장이라는 점에서, 이는 로코노미가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생과 혁신으로 그리는 로코노미의 미래

지금까지 무신사와 성수동의 사례를 통해 로코노미 트렌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은 로코노미가 단순한 경제적 현상을 넘어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의미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무신사가 성수동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비즈니스 거점이 아닌,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러한 사례가 다른 지역의 로코노미 발전에도 의미 있는 참고가 되길 기대합니다.

한국에서는 설 연휴가 한창이던 2024년 1월 27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R1 모델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나스닥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크게 반응했고, 명절을 맞아 휴일을 즐기던 국내 언론사들도 긴급하게 뉴스를 전하기 바빴습니다. 도대체 딥시크가 어떤 기업이길래 이렇게 큰 관심을 받게 된 걸까요? 테크잇슈에서 알잘딱깔센 정리해 봤습니다.  

딥시크가 주목받는 두 가지 이유

2023년 중국 헤지펀드사 하이 플라이어 퀀트에서 분사한 딥시크는 설립 이후 놀라운 성장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불과 1년 6개월 만에 OpenAI, Anthropic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를 이뤄냈는데요. 딥시크 측에서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AI 기술 경쟁에서 다소 뒤처져 있다고 평가받던 중국이 이처럼 빠르게 격차를 좁힌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사실이 두 가지가 더 남아있습니다. 

첫째는 개발 비용입니다. 딥시크는 모델 훈련에 약 557만 6천 달러(약 80억 원)를 투입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메타가 AI 개발에 투입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비용 절감이 가능했던 것은 CoT, MoE, MLA 등 기존의 개발 방법론을 적극 차용했던 결과로,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술의 혁신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이론을 효과적으로 조립한 결과라 칭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ChatGPT가 공개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으로, 당시에도 일반인들은 굉장히 놀랐지만 전문가들은 예상됐던 결과물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둘째는 딥시크가 자사의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는 점입니다. 딥시크는 'DeepSeek-R1'을 MIT 라이선스 하에 완전 공개했는데요. 이 라이선스는 상업적 용도로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기에 많은 후발주자와 스타트업들이 모델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더구나 OpenAI 모델과 유사한 성능을 가졌다고 공개됐기에 그 관심도가 순식간에 집중되는 효과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AI 오픈소스를 주도해 온 메타의 입지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메타 내부에서는 자사 모델보다 우수한 성능의 모델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AI 모델 개발에 투입한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정당화할지 고민이라는 후문입니다.

의도치 않은 혁신의 촉매제

딥시크의 성과는 AI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앱스토어에서 ChatGPT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저성능 GPU로도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며 엔비디아의 주요 경쟁력이었던 고성능 GPU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었는데요. 이는 1월 28일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급락하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즉, AI 시대의 주역이라 볼 수 있는 OpenAI와 엔비디아를 한 번에 격침시킨 꼴이 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불현듯 삼국지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병법의 대가인 조조는 적을 공격할 때 항상 퇴로를 열어둔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방이 포위된 적은 마지막 저항을 위해 극단적인 반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반면, 퇴로가 있다면 도망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공격 의지가 약화되고, 군사들이 하나로 뭉치기보다는 분산되면서 오히려 빈틈이 많아져 쉽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에게 퇴로를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기술 경쟁력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최대 경쟁국인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차단했는데요.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혁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 듯 보입니다. AI 개발의 필수재라 불리는 고성능 GPU 수급이 제한되자, 중국은 컴퓨팅 파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을 모색해야 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딥시크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ChatGPT 출시 이후 상대적으로 넉넉한 리소스를 바탕으로 모델의 크기가 크면 성능이 좋아진다는 '스케일링 법칙'에 집중하다가, 최근에서야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보다 오히려 더 빠른 전환점이 된 셈입니다. 

확대 해석은 금물

혜성같이 등장한 딥시크로 인해 언론은 흥분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상황을 기술적 관점에서 냉정히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딥시크의 성과는 AI 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최근 AI 효율화는 이미 업계의 주요 과제였고, 실제로 구글이 최근 발표한 제미나이 2.0 Flash 버전 역시 비슷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데이터 취급과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국제 사회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용자들이 호기심에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지만, 실제 중요한 데이터를 다루는 작업에는 사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인데요. 당장 일본 정부에서는 공무원에 사용 금지 권고를 내렸고, 대만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이러한 신뢰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의료나 금융과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영역에서의 활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수요 역시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초격차 기술 개발과 자율주행 같은 첨단 연구 분야에서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규모와 복잡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고성능 컴퓨팅 파워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딥시크의 장기적 성공 여부는 시간을 조금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혼란도 머지않아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회를 잡아야 하는 한국

딥시크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사례는 한국 AI 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AI 개발, 특히 LLM 모델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이른바 '쩐의전쟁'으로 인식되어 왔고, 국내에서도 미국의 기술력과 자본을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딥시크의 사례는 AI 개발에 있어 반드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효율적인 접근 방식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수조 원의 투자 없이도 독자적 LLM 모델 개발이 가능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한국은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바 있습니다. 분명한 저력이 있는 나라인 만큼, AI 개발에서도 전문성을 집중한다면 제한된 자원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AI 분야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만의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기를 바랍니다.